[목회칼럼] 진짜 행복한 부자

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진주>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다. 진주조개를 잡아서 먹고 사는 한 가난한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주 크고 값비싼 최고의 진주를 발견하게 된다. 부부는 하루아침에 횡재해 행복한 나날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 소문이 퍼지자 그때부터 부부의 주변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부부의 집에 밤낮으로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전에 잘 찾아오지 않던 먼 친척들까지 매일 찾아와 도움을 구하고 급기야 강도까지 침입하는 일이 생겨난다. 그러다 보니 이 부부는 마음이 불안해지고 기쁨이 사라져버린다. 행복은커녕 마음이 불안해져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고민 끝에 값비싼 진주를 바다에 다시 버리기로 결정한 부부가 귀한 진주를 바다에 던져버리는 내용이다.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결국 행복은 이 땅의 어떤 환경이나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도의 진정한 행복은 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부터 온다.

나는 우리 성도들 가운데 정말 행복한 부자를 안다. 이분은 홀로 사시는 나이 많은 권사님이다. 몸도 많이 아프시고 다리도 성치 못한 분이 늘 부지런히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폐지와 고물을 주워서 고물상에 팔아 푼돈을 모은다. 하루 종일 해봐야 겨우 동전 몇 개 혹은 천 원짜리 한 장. 그렇게 매일매일을 보내신다.

그런데 1년에 한두 번, 폐지를 주워서 판 돈을 모아서 나의 목양실을 찾아오신다. “목사님, 이번에도 선교 가실 때 선교비로 사용해 주세요.” “권사님, 이렇게 어렵게 번 돈을 번번이 다 드려도 괜찮겠어요?” “목사님, 저는 이 선교비를 가지고 목사님 방을 찾아올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기분이랍니다.” 나는 이 값비싼 선교비를 받을 때마다 늘 부끄럽고 두 손이 떨린다.

권사님이 홀로 거처하시는 지하 단칸방에 가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십자가가 벽에 걸려있다. 어디서 가지고 오셨는지, 나무젓가락 2개로 십자가를 만들어 청테이프로 부쳐놓은 세상에서 제일 값싼 십자가다. 내가 심방을 갈 때마다 권사님은 말씀하신다. “목사님, 저는 저 십자가를 보며 목사님과 교회를 위해 기도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나는 오늘도 이런 성도들 덕분에 한없이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