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근 목사(서울해성교회)
아주 감명 깊게 본 영화 한 편이 있다. 2009년에 나온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다.
어느 시골 산골마을에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와 30년을 넘게 키워 온 늙은 소와의 진한 우정을 담고 있는 영화다. 이제는 걷기도 힘들고 소리도 잘 듣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평생을 함께해 온 늙은 소의 워낭소리는 오랜 세월 그들의 우정과 의리와 자신의 일을 끝까지 감당해 온 헌신을 알리는 방울소리였다.
할아버지는 결국 소가 일어나지 못하고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갈 때 평생을 함께한 수고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으로 짧은 외마디 눈물의 말로 마지막을 보내준다.
“좋은데 가라.” 나는 오랜 시간 그 감동의 여운이 잘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번 주에 사무엘상 6장의 말씀을 강해하며 말 못하는 소의 워낭소리를 듣고 강단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사시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참패를 하고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법궤까지 빼앗기고 만다. 더 이상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각기 옳은 소견대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법궤는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게 된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블레셋은 새 수레에 법궤를 싣고 방금 새끼를 낳은 젖이 나는 암소 두 마리로 하여금 그 수레를 끌게 한다. 그리고 암소들은 목적지인 벧세메스를 향해 울면서 끝까지 걸어간다. 새끼들이 보고 싶어 울고, 하나님의 거부할 수 없는 강권적인 손길에 울고, 나 같은 미물에게 이 귀한 사명을 맡겨주심에 감사하여 울고.
워낭소리를 내며 사명의 땅인 벧세메스를 향해 끝까지 울며 걸어가는 암소들의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나의 귓전을 두드리며 나를 부끄럽게 했던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인 우리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그 사명을 위해 이렇게 울면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끝까지 이 길을 걸어가는데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벧세메스를 향해 울며 걸어가는 암소들의 워낭소리가 오늘도 나를 다시 깨운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나의 십자가를 지고 다시 사명의 길을 걸어가도록 용기를 북돋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