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목사’ 그 무거운 책임감

나는 어린 시절부터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부모님의 꿈이었고 서원이었다. 장남이었던 나를 태어나기도 전부터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부모님의 서원 덕분에 목사가 나의 꿈이고 장래 희망이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나는 그 꿈에 대해서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침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님은 어린 시절 나의 로망이었고 꿈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목사가 되고 싶도록 가장 큰 동기부여를 한 것은 부모님의 유별난 목사님 사랑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목사님 사랑은 지금 생각해도 특별했다. 무엇보다 수산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는 집에 생선을 가지고 오실 때마다 가장 크고 싱싱한 것을 골라 내 손에 쥐어주시고는 “목사님께 갖다드려라”고 늘 말씀하셨다.

목사님 댁에 생선 한 마리를 들고 가는 나의 발걸음은 늘 신나고 즐거웠다. 왜냐하면 목사님 댁에 가면 일반 집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안에 공기가 달랐다.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거기에 목사님 가족 모두가 서울말을 썼다. 너무도 나긋하고 부드러운 서울 말씨를 쓰는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누나들이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 주시는 것이 너무 좋았다.

집에 찾아온 나에게 항상 맛있는 것을 요리해 주시고 돌아갈 때에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신 목사님 내외분. 어린 시절 내 눈에는 분명 다른 세상 사람들이었다.

나는 지금 한 교회를 담임하는 중년의 목사가 돼있다. 그리고 정신없이 치열한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 나를 한 번씩 정신차리게 하는 아이가 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교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입구에 서 있으면 유치부 어린 남자아이가 항상 제일 먼저 달려와 나에게 안긴다. 그리곤 “목사님 사랑해요. 오늘 설교 재미있었어요” 말해준다. 따라나온 엄마 집사님이 “이 녀석은 세상에서 목사님이 제일 좋대요.”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그러했듯 이 아이들에게도 평생 좋은 목사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이들이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을 목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