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춤추는 목사

언젠가부터 내게 붙여진 별명 가운데 하나가 ‘춤추는 목사’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목사가 무슨 춤을 추는가?’ 조금은 의아할 것 같지만 나는 춤을 잘 춘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아이돌 그룹처럼 화려한 댄스를 잘 춘다거나 학창시절 유행하던 막춤을 잘 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런 춤을 한 번도 춰 본 적이 없다.

내가 추는 춤은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회학교 찬양율동이다.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배도 많이 나온 50대 중반의, 한 교회를 담임하는 중년의 나는 아직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춘다.

어색하고 부끄럽고 때론 무안할 때도 많지만 용기를 내어 열정을 다해 땀을 흘리며 춤을 추는 나이 많은 담임목사의 모습에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다 시간이 갈수록 땀을 흘리며 예쁜척하며 흔들어 대는 나의 진심어린 춤사위에 아이들이 유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낄낄거리던 웃음소리는 곧 환호로 바뀌고 아이들이 함께 따라하며 즐거워한다. 그렇게 30년 넘게 아이들 앞에서 춤을 췄다.

내가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고2 때 부터였다. 소심했던 나는 유치부 보조교사를 자청했다. 내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나는 어린 유치부 아이들 앞에서 찬양을 가르치고 율동을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율동을 따라하며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 약속했다. ‘하나님, 목사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 앞에서 춤추는 목사가 되겠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열린 마음으로 예배하고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저는 언제까지나 춤을 추겠습니다.’

그리고 15년 전 지금의 교회에 부임하던 첫날에도 나는 교인들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율동을 했다. 그리고 성도들 앞에서 약속을 했다. “나는 큰 교회 담임목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마지막까지 아이들 앞에서 춤추고 찬양하는 목사가 되겠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암수술도 받고 몸이 예전 같지 않지만 나는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출 때가 좋다. 나를 보며 기뻐하는 아이들이 좋다. 그런 나를 응원해주는 성도들이 좋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런 나를 기뻐하시고 춤출 마음을 주시고 춤추도록 용기를 주신 나의 하나님이 나는 너무 좋다.